송준인 목사(청량교회·총신대학교)

창조세계에 감사하며 생태정의로 세상 변혁 앞장 서자

송준인 목사(청량교회·총신대학교)
송준인 목사(청량교회·총신대학교)

1. 본문

“①사울이 주의 제자들에 대하여 여전히 위협과 살기가 등등하여 대제사장에게 가서 ②다메섹 여러 회당에 가져갈 공문을 청하니 이는 만일 그 도를 따르는 사람을 만나면 남녀를 막론하고 결박하여 예루살렘으로 잡아오려 함이라 ③사울이 길을 가다가 다메섹에 가까이 이르더니 홀연히 하늘로부터 빛이 그를 둘러 비추는지라 ④땅에 엎드러져 들으매 소리가 있어 이르시되 사울아 사울아 네가 어찌하여 나를 박해하느냐 하시거늘 ⑤대답하되 주여 누구시니이까 이르시되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라 ⑥너는 일어나 시내로 들어가라 내가 행할 것을 네게 이를 자가 있느니라 하시니 ⑦같이 가던 사람들은 소리만 듣고 아무도 보지 못하여 말을 못하고 서 있더라 ⑧사울이 땅에서 일어나 눈은 떴으나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사람의 손에 끌려 다메섹으로 들어가서 ⑨사흘 동안 보지 못하고 먹지도 마시지도 아니하니라” (행 9:1~9)

2. 본문 선정 배경

코로나19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삶의 방식에 있어서 무엇이 잘못이었는지를 가르쳐준다. 코로나19는 인간의 문명이 무한성장, 무한생산, 무한소비, 무한경쟁을 추구하는 탐욕적인 문명이었음을 가르쳐준다. 또한 코로나19는 우리가 일상의 예배를 소홀히 하면서 회집 예배만을 중요시한 것이 잘못이었음을 가르쳐준다. 코로나19는 우리가 주로 교회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역사적·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했음을 가르쳐준다.

이제 우리는 깊은 묵상과 기도, 생태정의를 위한 행동의 변화를 통해 우리의 탐욕을 회개해야 한다. 자연의 번성이 우리의 행복과 직결되어 있다는 ‘생태정의 회심’을 통해 창조세계를 회복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생태정의에로 회심을 이야기하기 위해 사도 바울의 회심 장면을 본문으로 선정했다. 사도 바울의 회심이 하나님의 나라에 큰 분기점을 이룬 것처럼, 우리의 삶의 방식이 생태정의에로 회심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에 또 하나의 큰 분기점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

3. 생태정의(Eco-justice)

‘생태정의’란 말은 우리의 삶이 철저히 의존하고 있는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고갈시키고 파괴한다면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는 것에서 나온 말이다. 다시 말해서, 생태계의 번성과 인류의 복지가 상호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자각에서 생긴 것이다. 오늘날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인류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된 상황에서 이 문제가 더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지구에 대한 돌봄, 창조세계를 위한 청지기직을 우리의 도덕적·영적인 관심 중심에 자리 잡게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되었다. 그리고 그 일을 위해서 우리의 내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상처 입은 지구가 상처를 입힌 인류를 향해 반격을 가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생태적 회심이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상처 입은 창조세계를 치유하시고 회복하시기 위해서 우리를 협력자로 부르셨다는 확신을 갖고 이 지구를 치유하는 대업에 기꺼이 헌신해야 한다.

4. 설교 본문
첫째, 창조의 단계

우리 믿는 사람들에게 생태적 회심에는 대개 세 단계가 있다. 첫 단계는 창조의 단계이다. 그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창조세계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들었을 때를 말한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놀라움, 감사, 경이, 경외와 같은 감정을 경험한다. 이 첫 번째 단계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피조물로서, 그리고 우리의 호흡과 피와 뼈와 살이 하나님의 모든 창조세계와 연결된 피조물로서 얼마나 하나님께 사랑을 받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 단계는 창조세계를 거룩한 것으로 경험하게 하는 위대한 발견의 단계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이 창조의 단계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창조의 단계. 이것은 우리가 하나님과 창조세계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위대한 사랑의 행위를 발견하는 단계이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할 때, 그리고 창조세계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할 때 우리는 이 단계로 들어서게 된다. 이 창조의 단계에 들어간 시편 기자는 이렇게 노래했다. 시편 95편 4~6절이다. “땅의 깊은 곳이 그의 손 안에 있으며 산들의 높은 곳도 그의 것이로다 바다도 그의 것이라 그가 만드셨고 육지도 그의 손이 지으셨도다 오라 우리가 굽혀 경배하며 우리를 지으신 여호와 앞에 무릎을 꿇자”

둘째, 십자가의 단계

생태적 회심의 두 번째 단계는 십자가의 단계이다. 아무도 이 여정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것은 갈수록 피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창조세계가 드러내는 하나님의 사랑을 우리가 온전히 경험하면 할수록 자연세계를 향한 무자비한 폭력을 우리는 보고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사라지는 숲, 멸종하는 생물들, 엷어지는 표토층, 말라가는 습지, 점점 더 뜨거워지는 지구, 하늘에서 내리는 산성비 등은 폭력의 긴 목록 중의 일부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이런 것들에 주목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짐짓 그것들로부터 눈길을 돌려버린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한 인간이 되려고 한다면 이 단계를 회피할 수 없다. 교회가 참된 성소가 되려면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일들에 대해서 애통해 하며, 그것에 대한 분노와 슬픔을 표현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십자가 아래에서 우리는 슬픔을 표현할 뿐 아니라 죄를 고백하기도 한다. 만일 우리가 정직하다면, 우리가 지구를 파괴하는 일에 일조했다는 사실과, 지나친 소비와 낭비를 반복적으로 행해 왔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우리의 악의와 무지와 죄악된 행동들을 직면하게 하는 하나님의 은혜를 자각하게 된다. 특히 오늘날 코로나19의 상황과 같은 생태적 위기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전에 없이 십자가 앞에서 우리의 죄와 그 죄로 인한 고난을 직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생태적 회심의 첫 번째 단계인 창조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세계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된다. 두 번째 단계인 십자가의 단계에서 우리는 창조세계의 상처를 슬퍼하며 우리의 죄와 죄로 인한 고난을 깊이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세 번째 단계인 부활의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셋째, 부활의 단계

생태적 회심의 세 번째 단계는 부활의 단계이다. 부활의 단계에 들어서게 되면, 우리는 마침내 부활하신 주님을 찬양하게 된다. 온 창조세계를 통해 퍼져나가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충만하게 된다. 피뢰침이 번개를 흡수하듯이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모든 고난과 죄를 안고 가는 십자가를 통해 힘을 얻어 마침내 부활하신 주님을 증거하게 된다.

우리 주님은 무덤을 깨고 나오셨으며, 죽음의 권세를 이기시고 생명의 승리를 선포하셨다. 그 주님은 우리에게 무덤을 막고 있는 죽음의 권세, 즉 바위를 굴려낼 힘을 주셨다. 우리가 부활로 인도될 때, 우리는 세상으로 나아가 죽음의 권세를 걷어내고 창조세계를 위한 돌봄의 과업에 동참하게 된다. 이 단계에 들어서는 확실한 표지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우리가 정의를 추구하는 자들이 되고 치유의 행위자들이 될 때 나타난다.

5. 창조-십자가-부활

우리의 행동은 다양한 형태일 수 있다. 하나님의 창조세계는 모든 수준에서 치유를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시작해야 한다고 느끼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그곳은 출발하기 좋은 곳이다. 부활한 삶은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아나니아는 사울에게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었고, 마침내 바울이 된 사울은 지중해 주변을 떠돌며 작은 공동체들을 세웠다. 그리고 이방 사람들과 임금들과 이스라엘 자손들 앞에서 그리스도의 증인이 된다. 부활한 삶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고, 사랑이 불타오르는 공동체의 삶이다.

환경보전과 생태정의를 위해 일하면서 네트워크를 구축해 우리의 행동이 전략적이고 효과적인 행동이 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중 대다수가 환경 위기를 무시하고, 그 긴급성을 부정하고 살아간다. 심지어 코로나19와 같은 전 지구적인 현상을 경험하고 있으면서도 우리의 삶의 방식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생태정의와 같은 문제는 다음에나 생각하기를 원한다.

코로나19가 주는 교훈은 너무 늦기 전에, 너무 멀리 왔다고 느끼지 전에, 이제 돌아설 수 없다고 절망하기 전에 빨리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시급한 것처럼, 상처 입은 지구별을 치료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일도 시급하다. 먼저 우리는 창조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눈, 영혼의 눈을 갖도록 기도해야 한다.

깊은 묵상을 통해 창조세계를 통해 보여주시는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감사하고 기뻐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생태적 회심의 첫 번째 단계인 창조의 단계에 뿌리를 내리는 방법이다. 그리고 깊은 묵상과 기도를 통해 두 번째 단계인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동참하고 잃어버린 것들을 애도하며 슬픔과 아픔을 느끼는 단계로 들어가야 한다. 깊은 묵상과 기도는 우리의 죄와 그로 인한 고통을 깨닫게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영을 통해 세 번째 단계인 부활의 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우리는 행동하기 위해, 곧 세상을 변혁시키는 일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보냄을 받았다. 우리 믿는 자들은 특히 이 일에 첨병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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