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 국제IDEA 협회장 정상권 장로

▲ 정상권 장로는 한센인의 자립과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일평생 외길을 걸었다. 정 장로는 “저는 심부름을 했을 뿐입니다. 많은 후원자와 하나님께서 일하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사진은 인도 IDEA 미션 스쿨을 방문했을 때의 모습.

 

‘낮은 곳으로’ 전세계 한센인 전도·구제 사역에 진력
해외 네트워크 구축 큰 성과, 진정한 치유 이뤄간다



‘한센인’이라는 단어를 이제 우리 주변에서 자주 듣지는 못한다. 가끔 언어 순화를 가르치는 차원에서 언론에서 다뤄질 뿐이다. 우리 나라에도 한센병에 새롭게 걸리는 이들은 거의 없다. 아니 1990년 대한민국은 한센병에서 완전히 놓여났다는 선포식을 국제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 끝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한센병을 가졌다는 이유로 평생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 노령의 인생들이 있다. 한센인 공동체의 대명사로 불리는 소록도도 언제든 마음 먹으면 찾아가 볼 수 있다. 이웃 나라로 눈을 돌려보면 놀랍게도 아직 세계에는 1600만명의 한센인들이 존재해 있다. 그리고 어김없이 수많은 한센인들이 가장 낮은 자들로 살아가고 있다.

정상권 장로는 한센인들의 아버지요, 벗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이 한때 한센병을 앓았던 당사자로서 한센인들의 고통과 슬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리고 한센인이 살길은 경제적 자립과 사회의 인식 및 제도 개선에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고 일평생 외길을 걸어왔다.

정 장로는 13세의 사춘기에 한센병을 앓기 시작했고 여러차례 목숨을 끊는 시도를 하는 등 방황에 시달렸다. 1956년 소록도로 이송됐다가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인생이 바뀌기 시작했다. 하나님의 은혜로 소록도에 들어간 그 해에 보급되기 시작한 한센병 치료약을 복용하면서 그는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할 수 있었다. 그토록 자신을 괴롭힌 질병이었건만 그는 몸이 낫고 난 뒤 아직 고통 중에 있는 한센인을 위해서 평생을 바치기로 헌신했다. 한센인 농원과 마을을 일구고, (사)한성협동회를 통해 양계 양돈과 사료공장 사업 등을 펼쳐 나갔다. 특유의 부지런함과 명석함, 신앙을 바탕으로 그는 1994년 한국IDEA협회와 국제IDEA협회를 창설했다. 지난 20년 동안 정 장로는 IDEA협회를 통해 전세계 한센인들을 가슴에 품고 그의 지경을 넓혀왔다.

“열대 지방의 저개발국에서는 아직도 한센병이 새로 발병하지만,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발병율은 현저히 떨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회적 인식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어려움을 당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 꾸준한 지원과 격려가 필요합니다.”

IDEA 협회는 해를 거듭하면서 사역의 중점을 해외로 돌리기 시작했다. 전세계 35개국에 결성된 각국의 IDEA협회와 협력하여 예방진단과 조기치료, 의료선교를 계속하고 있다. 동시에 교회와 학교를 설립하고, 한센인 마을을 지원하는 등의 전도와 구제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정 장로가 IDEA를 통해 이룩한 해외선교의 성과는 실로 놀랍다. 물론 한성장로회, 한센총연합회 등과 협력한 사역도 적지 않지만 정 장로의 인간관계와 경험이 아니면 이룰 수 없는 일들임에 틀림없었다. 정 장로는 인도, 베트남, 방글라데시, 필리핀, 태국, 중국 등에 60여개 교회를 세웠고, 인도,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필리핀 등에 유치원과 초등학교 8곳을 설립했다. 또 지금까지 전 세계 5000여명의 아동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정 장로가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인도 캘커타 IDEA 미션스쿨이다. 40일 동안 기도를 하면서 40%의 기부를 받고 나머지는 오랫동안 모아두었던 IDEA협회 기금을 털어서 설립한 학교이기 때문이다. 10여개 교실에 200여명의 아이들이 배움의 길을 걷고 있으며 80여명 정도는 기숙사에서 양육하고 있는데 이들은 한센인 가족의 자녀들이다.

필리핀 딸라 마을도 주목할만한 곳이다. 이 마을은 인근의 산호세 국립병원에서 한센병 치료를 받고 퇴원한 사람들을 위해 형성한 한센인 마을이라고 할 수 있다. 한센인 가족들을 중심으로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해 만들어진 마을에 거주하는 이들은 현재 12만명이며 이 가운데 600여 명이 한센인들이다. 판자촌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마을은 필리핀에서도 경제적으로 매우 낙후된 곳이다. 정 장로는 매년 이곳을 찾아 장학금을 전달하고 무료급식을 통해 용기를 북돋워주고 있다.

정 장로는 이러한 사역이 처음부터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한센인들의 눈물과 요청이 있는 곳을 눈감을 수 없어서 조금씩 관계하기 시작한 일들이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전 세계적인 사역에 국내외 수많은 후원자들과 선교사들이 IDEA 협회와 네트워크를 이뤄서 사랑의 하모니를 이뤄가고 있는 것이다.

소록도라는 외딴 섬에서 절망의 시간을 보냈던 정상권 소년은 오대양 육대주를 넘나들며 전세계 한센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메신저로 우뚝 섰다. 그러나 처음 사역을 시작했을 때 품었던 마음, 즉 한센인들이 병 때문에 인간적 존엄성을 훼손당하지 않고, 경제적 자립을 이뤄 당당히 서도록 하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정 장로는 말한다. “IDEA 협회는 기도로 세워졌고 하나님의 이끄심을 따라 이제껏 왔습니다. 나는 오늘도 꿈꿉니다. 나를 통해 단 한 사람이라도 진정한 치유를 경험하기를, 그리고 그들이 또 다른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통해 사랑의 빚을 갚게 되기를.”

------------------------------------------------------------------------------------------------------------

35개국 가입, 유엔도 인정
한센인 보호·자립 돕는다


IDEA협회는...
 

▲ IDEA협회는 지난 20년간 60여 개의 해외교회를 세웠다.

국내 한센인들의 자활 노력은 1966년 자생단체인 한센연합회를 설립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격지심과 사회적 차별 속에서 소외됐던 한센인들은 연합회 결성을 계기로, 정보교환, 사회질서확립, 경제자립을 위한 교육 등을 진해하면서 사회 속으로 한발을 내디뎠다.

정상권 장로는 1988년 한성협동회 일을 하면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13회 국제 나학회에 참석한 뒤 국제 한센인 단체 설립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1994년 브라질 페트로폴리스에서 국제 IDEA협회를 창설하고 이어 한국 IDEA 협회를 설립하여 현재는 35개 회원국이 가입되어 있으며 유엔에서도 인정해 주는 단체로 성장하게 된다.

한국 IDEA협회의 대부분의 후원금은 교회와 성도들이 주는 것이다. 협회는 이 사실을 두렵게 생각하고 선교, 교육, 복지 사업을 하고 있다. 세계 1600만 한센인과 극빈자를 대상으로 시작한 교회건축, 학교운영, 주택개발, 경제자립을 위한 기술교육, 한센인 홍보사업 등은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주목할 것은 예장합동총회(총회장:백남선 목사)가 지속적인 예산 지원을 하고 있으며 교단 산하 교회와 지도자들이 사역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IDEA 협회 안에서의 주도적 역할 △국제 학술대회 개최를 통한 정보교환 △한센병력자 교류 및 자활기반 구축을 사업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사업으로는 선교사업으로 60여개 교회를 설립, 국내외 한센인과 한센인 자녀 2,3세, 그리고 일반 극빈층 청소년 및 지역 주민들에게 신앙과 경제자립 의지를 심어주고 있다. 교육사업으로는 학교 설립 및 운영비 지원을 통해 경제적 어려움으로 질 높은 교육을 받지 못해 가난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한센인과 그 자녀들을 돕고 있다. 아동 장학사업에도 힘써 20년간 5000여명에게 장한금을 정기, 비정기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이런 후원에 힘입어 학생들은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꿈을 성취하고 있다.

사회복지사업으로도 눈을 돌려 한센인 환우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주택 개량 및 건축 사업과 사회 복귀를 위한 경제사업 지원 및 정보제공과 인적교류를 위한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 사회 저변에 팽배해 있는 한센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인권 보호를 받지 못해 인간답게 살지 못한 한센인들의 인권회복을 위해 한센병에 대한 정확한 지식 전달과 올바른 용어 사용을 홍보하는 일도 계속하고 있다.(서울시 서초구 논현로 83 삼호물산 A-1508호. 전화 (02)589-1215.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