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교주 부부 4년 법정구속
이단 의혹 제기하자 성폭행범으로 몰아
재판부, 죄질 불량 반성 없어 중형 구형
지난 11월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김길호 판사)은 무고 혐의로 기소된 산위의교회 교주 부부 이○○ 씨와 이○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 씨 부부의 핵심 측근 오○○ 씨에게도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피고인들의 형량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고 혐의로 징역 4년에 법정구속을 선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원고들은 물론 이 재판을 주목했던 이들조차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다수의 이단 관련 사건에 참여했던 박기준 변호사(법무법인 우암)는 “무고 혐의로 징역 4년에 법정구속까지 한 사례는 보기 드물다. 게다가 피고들이 전과도 없고, 이○○ 씨는 검찰수사관 출신이기도 하다”면서, “재판부가 피고들의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청년들을 미혹해 아버지와 삼촌을 고소하게 한 것은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게 했고 가정의 평안을 깨뜨렸다. 이런 점을 고려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천국 문을 여는 열쇠를 가진 선지자’, ‘직통계시를 받는 선지자’를 자처했던 이○○ 씨와 이○ 씨를 구속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의 연속이었다. 검찰이 이 씨 부부 등을 기소한 때가 2021년 7월 15일이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무려 10번이 넘는 공판을 치렀다. 양측에서 출석한 증인과 진술인만 해도 원고들 포함 스무 명에 달했다. 게다가 이 씨 부부는 헌법재판관 출신 변호사 이른바 전관을 선임하며 재판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들을 친족 성폭행범으로 몰아넣은 이 사건을 엄중히 다뤄 이 씨 부부와 측근에게 강력한 징계를 내렸다.
강요와 유도로 만들어낸 거짓 기억
이 씨 부부와 오 씨는 아버지를 친족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던 최 씨 자매와 삼촌을 친족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윤 양에게 거짓 기억을 주입한 무고 혐의로 기소됐다. 따라서 재판의 쟁점은 거짓 기억을 실제로 주입했는지 여부였다.
본지는 2019년~2020년 산위의교회 취재 당시 이 씨 부부의 세뇌에서 벗어난 최 씨 자매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당시 이○ 씨와 오 씨는 둘째 최 양이 고3 때 2~3번 화상채팅을 한 것을 빌미 삼았다.
최 양에 따르면 이 씨와 오 씨는 “화상채팅은 단타로 나온 결과물이 아니라며 성관계 한 적이 없냐고 물어봤다”며, 자잘한 일탈을 확대 해석해 자신을 다그쳤다고 한다. 특히 이들은 “지금 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성적 수치를 드러내야 한다”며, 최 양의 신앙심을 이용해 성폭행을 당했다는 거짓 기억을 투입했다고 한다.
최 양이 성폭행을 당한 적 없다고 말하면 이 씨와 오 씨는 교만하다며 최 양을 질타하며 ‘기억 떠올리기’ 숙제를 내줬다. 피고들의 강요, 유도,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최 양은 결국 유년 시절 작은아버지와 큰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했고, 급기야 아버지 최 장로에게도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피고들은 최 양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주며 아버지를 고소하게 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의 강요와 유도에 의해 청년들이 아버지와 삼촌을 고소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의 성상담과 사역에서의 강압적이고 집요한 태도와 성상담 방식과 그 과정 등을 모두 더하여 보면 최 씨 자매 등은 피고인들의 유도와 암시, 강요에 의해 허위의 성폭행 피해를 만들어낸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고들이 최 씨 자매와 윤 양이 성상담 중 이야기한 성폭행 피해가 허위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최 씨 자매와 윤 양에게 아버지와 삼촌을 고소하게 한 행위를 무고죄라고 인정한 것이다.
이단의혹 제기하자 성폭행범으로 몰아
피고들의 무고로 큰 피해를 당한 최 씨 자매의 아버지 최 장로와 윤 양의 삼촌 김 선교사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은 산위의교회 사역에 대해 이단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다.
최 장로는 2015년경 이 씨 부부에게 영향을 끼친 서산 송 모 권사의 집회에 대해서 이단성을 제기한 데 이어, 산위의교회 사역에 대해서도 이단 의혹을 제기했다. 김 선교사 또한 산위의교회의 사역과 성상담에 대해 이단성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그러자 피고들은 최 씨 자매와 윤 양에게 가족과 단절을 지시했고, 아버지와 삼촌을 친족 성폭행범으로 고소하게 해 원고들을 극악무도한 자로 만들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반성하지 않은 피고들의 태도도 양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피고들은 다수의 원고와 증인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변명과 부인으로 일관했다. 오 씨는 재판에 돌입하자 교주로 떠받던 이 씨 부부의 이단 행위를 매우 적극적으로 부인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피고들에 대해 “반성의 여지를 전혀 찾을 수 없다”고 일괄했다.
박기준 변호사는 “청년들을 미혹해 가족과 단절하게 하고, 이단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청년들로 하여금 형사고소를 하게 했다는 것 등은 전형적인 사이비 교주의 형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