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매년 12월 둘째 주일을 성서주일로 지킨다. 성서주일을 맞아 우리나라 성경보급의 현황과 사역의 필요성에 대해 말씀을 나누고 싶다.

대한성서공회는 올 한 해 약 360만 부의 성경을 95개 나라 143개 언어로 제작 보급했다. 여기에는 전쟁 중에 있는 우크라이나, 지진 등 재난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 등이 있다. 또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성경을 구할 수 없는 68개 국가가 포함돼 있다. 한국교회는 코로나19를 지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더 큰 시련과 가난 속에 고통 받는 나라들을 위해 하나님의 말씀을 보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는 복음의 빚을 갚으려는 한국교회의 하나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들은 스마트폰만 손에 쥐어도 성경을 읽을 수 있고 수많은 신앙 콘텐츠들을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지구촌 곳곳에는 하나님 말씀을 들을 수단이 없거나 듣게 되면 생명의 위협을 당할 수도 있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그들은 하나님 말씀에서 위로와 소망을 얻지 못하기에 두려움과 억압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이들에게 성경을 힘껏 전할 수 있는 신앙이 있고 재정적 능력을 갖춘 나라는 세상에 몇 나라 되지 않는다. 그 나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라는 것은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불과 120년 전인 1900년대 초반의 우리의 모습을 생각해 보자. 한반도는 매우 가난했고 나라는 쇠망해가고 있었다. 미래를 향한 꿈을 꿀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독립과 국가발전에 대한 소망을 가지고 우리 민족이 인내하고 때론 투쟁할 수 있었던 동력은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가운데 전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성경을 전한 것은 당시 왕족이나 높은 관직에 있던 사람이 아니었다. 이름이 전해지지 않은 수많은 보부상들과 전도부인들과 권서인들이 크나큰 수고와 희생을 했다.

나는 그 가운데 서상륜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 최초의 한글 성경인 <누가복음>은 중국에 선교하러 온 스코틀랜드 출신의 존 로스 선교사(John Ross, 1842~1915)가 번역했다. 서상륜은 존 로스 선교사에게 한글을 가르치던 한국인이었다. 서상륜은 성경번역에 동참하면서 성경을 통해 하나님을 만났고, 이윽고 하나님이 부어주신 구령의 열정에 불타올랐다. 존 로스 목사가 ‘영국 교회와 성도들의 후원을 받아서’ 제작해 준 성경을 목숨 걸고 우리나라에 몰래 갖고 들어왔다.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삼을 팔던 홍삼 장수 서상륜이 당시 금서로 분류됐던 성경을 조선 땅에 가지고 온 것은 우리 민족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성경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서상륜의 성경전래로 시작했던 기독교의 전통과 한국교회는 우리민족이 지독했던 일제강점기와 역사의 수난기를 이겨내게 하는 힘이었다. 성경을 높이고 말씀을 보급하고자 노력했던 수고는 오랜 시간을 걸쳐 열매를 맺어 오늘의 한국교회가 전 세계 곳곳에 말씀을 보내게 됐다. 

올해 수백만권의 성경을 해외로 보낼 수 있었던 데에도 말씀 앞에 엎드린 수많은 성도들의 헌금과 기도가 있었다. 우리가 보낸 성경말씀은 땅에 떨어지지 않고 읽는 이의 마음에 자리잡아 전쟁, 재난, 가난, 억압을 이겨내는 힘이 돼줄 것이다. 그 나라들이 우리나라처럼 성경기독교 국가가 돼 말씀이 필요한 국가들에 성경을 전하는 나라로 부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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