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영 목사(장지교회, 학생지도부 서기)
홍승영 목사(장지교회, 학생지도부 서기)

딱 봐도 사춘기인 자녀를, 딱 봐도 어쩔 줄 모르는 부모가 데려오면 청소년 사역자들은 대개 이렇게 말한다. “그냥 좀 믿고, 두고, 기다려 보시지요.” 방임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덮어놓고 기다리기에 우리 자녀는 너무 귀하고 시간은 아쉽다. 다만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만큼 그 시기에 얻어야 할 가장 귀한 자원을 얻게 해주라는 것이다. 자기 삶에 책임을 느끼고 스스로 생각하며 결정할 줄 알게 되는 것이야말로 청소년기에 획득해야 할 능력이다.

지금 우리 곁의 청소년, 청년들에게 있는 가장 큰 문제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스스로 결정해 보지 못한 것’이라 말한다. 교회 다니는 것마저도 부모가 다녀서 얻어 다닌 것이다. 성도의 가정에 태어나서 생명의 길을 걷는 것은 정말 다행이지만, 자신이 걷는 길이 ‘생명 길’인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은 문제다. 대학 현장에서 느끼는 기독 청년의 비율은 5% 전후다. 그간 유·소년기에 교회 다니는 비율이 20%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교회 차세대의 3/4이 사라진 것이다. 그 대부분은 사춘기 전후의 청소년기에 신앙을 잃었다. 청소년기는 ‘부모님의 신앙이 내 신앙으로’ 전수돼야 할 결정적 시기다. 자신의 믿음을 결정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주관적 신앙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믿기 때문으로는 내 믿음을 얻지 못한다.

기독 신앙의 부흥을 이뤘던 선진들은 그 시기의 중요성과 방법을 알고 있었다. 청년들이 자기 신앙을 찾고 세우게 했다. 188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면려회’(CE) 운동이 그러했다. ‘면려-Endeavor’라는 이름처럼 청년기의 신앙 부흥 운동이었다. 

자녀가 초등학교 5학년쯤 되면 부모들이 당황한다. 이상하게 치켜뜬 눈에 덜컹 겁을 낸다. ‘내가 직접 결정하고 실행해 성장하고 싶다’라는 눈빛을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결정해 주는 대로, 경험 시켜주는 대로 수용하던 자녀에게 그 부모도 길들었기 때문이다. 

부모를 넘어서며 자녀가 커야 하고, 교회에서는 차세대의 뜨거운 믿음이 그들의 신앙 경험으로 미래를 열어야 한다. 유독 청소년들이 수련회만 가면 은혜 받는 원리는, 며칠간의 수련회가 그들 신앙의 주체적인 해방구가 되기 때문이다. 거기서 청소년들은 자기 신앙의 주체다. 하나님 앞에 은혜를 요청하는 순전한 자녀들이다. 찬양에는 거침이 없고, 간구할수록 확신에 찬다. 총회 학생지도부가 각 지역의 SCE 수련회를 전적으로 지지하는 이유다.

또한 기독 사학의 교목 활동에서 전도의 활로를 찾고, 총회 산하 각 신학교의 SCE 모임도 재건해 모든 신학교에서 각 지역과 연계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지교회의 청소년 모임을 위한 모델과 사역자도 발굴 중이다. 학생지도부의 동계비전트립은 선진들의 신앙을 내 것이 되도록 주체적으로 수용할 기회를 제공한다. 

연합하는 학생운동은 함께 성장하는 믿음의 세대가 곳곳에 있음을 확인하며, 세 겹 줄처럼(전 4:12) 굳세고 등불처럼 각자의 자리에 서게 한다. 수도권 다섯 지역에서 먼저 시작했고 전국의 지역마다 서게 될 SCE 모임터(쉘터) 사역도 우리 총회 학생신앙운동의 열매다.

개혁신앙의 2세대를 넘어 5세대에 이른 한국교회의 지금이다. 우리의 자녀들은 선진들의 신앙 어깨를 딛고 서서 세계 교회를 섬기며 사역할 것이다. 그 영광의 세대를 위해 신앙의 주체적 경험 기회를 개발하고 부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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