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에게 설교는 매우 중요한 사역이다. 현대 교회에서 심방 등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사역이 줄어들면서 목회에서 설교의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설교에 있어서 중요하고도 변함없는 원칙은 무엇일까? 그것은 초기 교회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진 ‘오직 성경이 말씀하시는 것’만 선포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모습이 여전해 곳곳에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의 대부분은 성경이 말씀하는 것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말에 성경을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설교자는 시중에 흘러 다니는 말거리를 강단에 올리거나, 진리가 아니라서 얼마든지 해석이 다를 수 있는 사안에 자신의 확증편향을 담아서는 안 될 일이다. 드물기는 해도 설교자가 강단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며 특정인을 지지하거나, 신뢰하는 인물을 내세우거나 그의 주장을 전하기도 한다. 설교자가 자기 확신에 따라 하는 말일 수 있지만, 청중은 동의조차 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런 경우 예배는 예배대로 무너지고. 교회에 대한 신뢰나 목회자에 대해 존중 자체가 실종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설교자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사회적 트렌드나 정치적 사안에 대해 주관적 견해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나 의견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최근 사법부는 목회자가 특정한 인물이나 정당 등에 치우친 의견을 표하는 것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해 벌금형을 선고한 것이다.

다시 강조하는 것은, 설교자는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으로서의 성경을 바르게 해석해 청중의 삶에 건강한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성경과 동떨어진 개인적 소견을 청중에게 강요하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설교도 아니고 하나님의 말씀은 더더욱 아니다.

영적 지도자가 설교라는 도구를 통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에 대해 사적인 견해를 표하는 것은, 공적 도구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매우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설교를 듣는 사람 중 절반을 잃을 수도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해석은 개개인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만일 분명하게 반성경적인 현상이 나타나거나 사회적 흐름이 조성될 때는, 어떤 위험이 있더라도 강력하게 지적하고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 그것은 헤롯을 향해 경고한 세례요한 같은 순교적 자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면에서는 반드시 성경적 가치만 다뤄야 옳다. 얼마든지 의견을 달리할 수 있는 사안을 설교에 옮겨 놓는다면, 교인들의 정치적 혼동이나 갈등을 부추기게 되기 때문이다.

세상에 살면서 피곤하고 지친 상태의 교인들은, 예배를 드리면서 하나님의 뜻을 바르게 깨닫거나 반성하고, 그 말씀으로 위로받을 권리가 있다. 분주한 일상에 시달린 교인들의 건강한 예배와 위로의 기회를 빼앗는다면 그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목회자가 예배에 참석한 성도가 마땅히 누릴 천국 같은 즐거움을 방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교인들은 시사 토론이나 정치적 판단을 위해 교회에 오지 않는다. 그들은 세상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하늘의 격려를 받고, 상한 심령을 치유 받고 싶은 마음이 매우 클 것이 분명하다. 그런 기대를 짓밟는다면 하나님 앞에서 책임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교회가 어느 지역에 위치하든지, 특정 지역 출신 사람의 숫자가 많다고 해도, 구성원들이 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 공정성뿐 아니라 공공성까지 훼손할 만큼 큰 가치는, 성경 이외에 그 어떤 것도 없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설교자의 발언이나, 목회자의 모든 기능적 행위는 항상 공정해야 한다. 성경에 기초한 옳고 그름이 아닌, 사회 구성원의 호불호나 지향하는 의견 등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임을 인식하고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목회자의 권위는 그야말로 영적인 분야에 제한된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일부 정치적인 목회자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면서 교회의 이미지를 추락시킨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공적인 자리에서 편향적인 발언 등으로 듣는 이들을 어지럽게 하는 것은, 거룩한 모임을 정치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기에, 하나님께서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태도는 주님 앞에서 판단 받을 날이 있기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 아무리 개인적인 자리라 할지라도 목회자는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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