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당시부터 자발적 선교적 교회 추구
로컬성 품고 권위 버리며 지역사회 동행
“한국교회, 지역과 동행해야 살아남는다”

비전실버대학 개강식에서 동네 어르신들이 신현수 목사의 메시지에 따라 두 손을 높이 들고 인사하고 있다.
비전실버대학 개강식에서 동네 어르신들이 신현수 목사의 메시지에 따라 두 손을 높이 들고 인사하고 있다.

3월 7일 오전 10시, 원효로 2가 동네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서울비전교회(신현수 목사)로 모여들었다. 이날은 비전실버대학 개강식. 성도들에게 환영받으며 예배당에 착석한 어르신은 자그마치 60여 명에 달했다.

서울비전교회 비전실버대학이 어르신들에게 큰 호응을 받는 까닭 중 하나는 살갑고도 재밌는 강연 솜씨를 뽐내는 담임 신현수 목사 덕분이다. 신현수 목사는 어르신들에게 “비전실버대학에선 어린이가 돼야 행복합니다”라며 재촉했다. 또한 신 목사가 “나는 비전실버대학의 장학생입니다”라고 선창하자, 어르신들도 따라 외쳤다. 이어 “여기 장학생의 장은 ‘길 장’ 자입니다. 오래 나오면 다들 장학생이 됩니다”라고 말하자,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쏟아졌다.

신대원 시절부터 ‘예수 닮은 공동체’를 꿈꾼 서울비전교회 신현수 목사는 같은 꿈을 지닌 성도들과 함께 지역사회와 동행하는 선교적 교회를 추구하고 있다.
신대원 시절부터 ‘예수 닮은 공동체’를 꿈꾼 서울비전교회 신현수 목사는 같은 꿈을 지닌 성도들과 함께 지역사회와 동행하는 선교적 교회를 추구하고 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담임목사를 비롯한 성도들과 어르신들이 마치 형제자매처럼 어울린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서울비전교회는 21년간 비전실버대학을 운영하며 어르신들과 끈끈한 정을 나누고 있다.

이와 같이 서울비전교회는 1995년 설립 이래, 줄곧 지역사회와 동행하는 교회를 추구하고 있다. 개척 당시부터 신현수 목사와 성도들이 이를 위해 한마음으로 뭉쳤다.

일단 신현수 목사부터 한국교회의 교회론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그는 총신신대원 재학 시절부터 ‘한국교회가 예수님이 원하는 공동체일까’를 끊임없이 고민했고, 결론에서 ‘아니다’에 접근했다. 아울러 국내에서 탈교회 현상이 번지던 시기에 ‘교회는 지역에 뿌리를 내려야 희망이 있다’라고 진단하고, 선교적 교회를 목회철학에 담았다.

서울비전교회 설립에 동참한 성도들 역시 지역에 뼈를 묻은 인물들이었다. 류복완 장로 등 성도들은 섬기던 교회가 신도시로 이전했으나, 원효로 2가에 남아 새롭게 교회를 설립하기로 중지를 모았다. 그리곤 서울홍성교회 청년부를 부흥시킨 신현수 목사를 초대 담임으로 청빙한 것이다.

원효로를 청소하며 ‘클린 전도 행진’을 하고 있는 서울비전교회 성도들. 이같이 서울비전교회는 어르신을 섬기고, 공간을 내주고, 봉사에 앞장서며 지역사회를 품는 교회로 자리 잡았다.
원효로를 청소하며 ‘클린 전도 행진’을 하고 있는 서울비전교회 성도들. 이같이 서울비전교회는 어르신을 섬기고, 공간을 내주고, 봉사에 앞장서며 지역사회를 품는 교회로 자리 잡았다.
지역주민들의 쉼터 ‘더 로드 1005 카페’는 매월 1일에 ‘드림데이’ 행사를 열어 대학생들에게 아메리카노 한 잔과 컵라면을 무료로 제공한다.
지역주민들의 쉼터 ‘더 로드 1005 카페’는 매월 1일에 ‘드림데이’ 행사를 열어 대학생들에게 아메리카노 한 잔과 컵라면을 무료로 제공한다.

교회의 희망을 지역에서 찾던 목사와 동네를 지켰던 성도들이 모였으니, 서울비전교회가 지역사회와 동행하는 교회로 나아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돌이켜보면 서울비전교회는 선교적 교회 개념이 국내에서 확산하기 이전부터 자발적 선교적 교회였던 셈이다.

자발적인 선교적 교회답게 서울비전교회 성도들은 자발성이 돋보인다. 신현수 목사는 성도들의 청빙 제안을 수락한 이유에 대해 “당시 외국 유학을 준비했는데, 저를 찾아오셨던 장로님의 ‘교회에서 사인만 하기 싫다. 일을 하고 싶다’라는 말에 꽂혔어요. 이런 분들과 예수님을 닮은 교회를 세워보자고 마음먹게 된 거죠”라고 얘기했다.

신 목사 말대로 서울비전교회는 장로들부터 솔선수범한다. 주일마다 장로들이 4층 규모의 예배당 곳곳을 청소한다. 비전실버대학이 원효로 2가 어르신들의 쉼터이자 사랑방으로 자리 잡은 배경에 여전도사 한 분의 큰 헌신이 있었다. 또한 유치부와 유초등부도 신학을 공부한 평신도 사역자들이 도맡고 있다.

비전실버대학 어르신들이 반별로 모여 윷놀이를 즐기고 있다. 서울비전교회는 윷놀이를 마친 후에 어르신들에게 맛있는 점심도 제공했다.
비전실버대학 어르신들이 반별로 모여 윷놀이를 즐기고 있다. 서울비전교회는 윷놀이를 마친 후에 어르신들에게 맛있는 점심도 제공했다.

다음은 로컬성인데, 나열하기가 벅찰 정도다. 서울비전교회가 21년 전부터 비전실버대학을 운영한 것은 어르신이 많이 거주하는 구도심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서였다. 아울러 지역사회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교회 공간을 기꺼이 내준다. 그 덕에 교회 1층 ‘더 로드 1995 카페’와 지층 ‘더 룸’은 지역주민들의 어울림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카페 한 편에서는 용산구청과 협업해 작은도서관 ‘서울비전도서관’을 운영 중이다. 게다가 교회 앞 6호선 ‘효창공원역’과 자매결연을 맺어 후원하고 있으며, 신현수 목사는 명예 역장이기도 하다. 성도들은 매월 한 차례 ‘클린 전도 행진’을 통해 원효로 일대를 청소한다.

반면 서울비전교회는 권위적 교회를 거부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중형교회임에도 당회실이 없다는 것이다. 보통 교회들이 전망 좋고 쾌적한 공간에 당회실을 마련하는데, 신현수 목사와 당회원들은 교회 내 남은 공간에서 당회를 연다. 또한 주일 대예배 기도도 장로들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청년, 교사, 학부모 등에게도 맡긴다.

“청년들이 교회를 멀리하는 이유는 세상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회 안에 계급 계층 서열이 있어요. 세상에서 싫은 게 교회에 그대로 있기 때문에,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어요. 개신교는 가톨릭교회의 권위를 타파하기 위해 종교개혁을 했어요. 그런데 교회가 다시 권위를 세우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올해 서울비전교회의 표어는 ‘사귐’이다. 하나님을 아버지로 사귀고, 예수를 구원자로 사귀고, 사람을 형제로 사귀고자 정했다. 특히 보다 많은 형제를 사귀기 위해 교구별로 지역사회를 위한 실제적인 사역을 전개할 계획이다.

신현수 목사는 이토록 지역사회를 끊임없이 품는 이유에 대해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교회가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서울 한복판 구도심에는 오래전부터 대형교회들이 터를 잡고 있었어요. 이곳에서 우리 교회가 20년 넘게 버틴 이유는 지역사회와 함께한 덕분입니다. 앞으론 더욱 그렇습니다. 한국교회가 지역사회와 동행하는 교회가 살아남는다는 것을 깨닫고 다음 시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서울비전교회는 신현수 목사가 신대원 시절 소망했던 ‘예수님을 닮은 공동체’가 됐을까. 정답은 예수만 안다. 다만 예수를 좇는 공동체는 단단했고, 예수가 좋아서 모인 성도들은 당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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